BOOK

사진의 극과극

Se Story 2011. 2. 10. 15:13




흰색과 검은색이, 빨간색과 파란색이 서로 반대되는 색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색들은 서로 나란히 붙어 있어서, 흰색 옆에는 노란색이 있고 노란색 옆에는 살구색, 살구색 옆에는 주홍색, 주홍색 옆에는 빨간색, 빨간색 옆에는 보라색이 있으며 그 옆에는 다시 파란색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 그 색들은 모두 이웃하는 색이지 서로가 서로를 등지는 색이 아니었다.



인공봉이라는 자가 혜충 국사를 찾아와 물었다.
"어떤 것이 허상이 아닌 실상입니까?"
혜충 국사가 대답했다.
"허상을 가져오너라"
"허상은 얻을 수 없습니다."
"허상을 얻을 수 없다면 실상은 물어 무엇에 쓰려는가?"



아날로그는 연속적, 디지털은 불연속적이란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현실의 웅장한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와 건축 물을 통해 발현하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매년 엄청난 관광 수입을 올리는 데 공헌하고 있는 세계 도처의 유적 건축들은 대부분 왕권을 드높이거나 종교적 위세를 떨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니면 생각할 틈도 없다. 주어진 시간에 밥벌이나 간신히 한다. 약간의 취미 생활을 하는 데도 시간에 쫓기고, 우주는커녕 머리 위에 뜬 달 한번 쳐다볼 생각을 하지 못 한다. 1년 365일이 주어진 것은 똑같은데, 나이를 먹을수록 왜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걸까, 가끔씩 또래끼리 둘러앉아 한탄하듯 되물을 뿐.




"시간을 반역하는 건 시계뿐이에요." 사진가 천경우는 말한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잖아요. 누군가 말했을 때 그는 고개를 저었 던 것이다. 무슨 말이냐고? 자, 당신도 답해보라. 두 살의 하루가 스물 두 살의 하루와 같을까? 아니오. 사랑에 빠졌을 때의 1시간이 권태기의 1시간과 같은가? 아니더라고요. 나의 1분이 다른 사람의 1분과 같은가? 아뇨, 아니겠죠.
 그렇다면, 시간은 공평한가? 아, 아니군요. 기계적인 정확성과 균등함으로 시간이 언제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배분되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든 시계야말로 시간의 개념을 혼동시키는 유일한 주범이었던 것이다. 시간은 공평하지도 절대적이지도 않다.



"왜 항상 장노출을 고집하시나요?"

누군가 묻자 사진가는 답했다.
"이것이 내게는 보통의 스피드에요."
그는 반문한다.
"사진은 과연 사실일까요?"
천천히, 그는 말을 잇는다.
디지털 시대가 되고 사람들은 사진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워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만 남겨둔다. 있는 그대로 찍히는 것이 아니라 찍히는 자에 의해서 사진이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예쁜 척, 멋진 척, 친한 척, 시간이 길어지면 어떨까? 시간이 길어지면 '~하는 척'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만큼 진실에 가까워지는 거다. 작가는 덧붙인다.
"나는 모델이라든가 슈팅이라는 말이 싫어요. 사람이 아니라 마치 오브제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사진으로 현재를 재현한다고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때 받은 느낌이나 경험이 중요하죠.  시간이 길어지면 사진 속에 그와 나와의 '관계'가 드러나요. 사진은 영혼과 관련이 있는 매체니까요."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며 " 방부 처리하여 보존시킨다"는 표현을 쓴건 인문학자 롤랑 바르트와 영화 평론가 앙드레 바쟁이다.



박제야말로 시간의 죽음이라고 정의된 사진을 이해하는 숨은 공로자다.




스킨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문화인류학자이며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구한 에드워드 홀은 개인 영역을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45센티미터까지의 '밀접한거리'와 45~120센티미터의 '개인적 거리' 120~360센티미터까지의 '사회적 거리', 그리고 360센티미터가 넘는 '공적거리'.

첫 번째인 밀접한 거리는 부모와 자식, 연인 사이의 거리로 늘 스킨십이 허락된 관계의 거리다. 두 번째 개인적 거리는 아주 친한 친구들 간의 거리이다. 세 번째 사회적 거리는 사무적인 관계에서 적용되는 거리이며 네 번째 공적 거리는 무대 위의 공연자와 관객 간의 거리와 같다.
전쟁은 한두 명의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고 숱한 사람들을 무명으로 남긴다. 모든 역사가 그래왔다. 전쟁이 비극인 이유 중 하나는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선악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전쟁은 진실을 가리고 역사를 조작한다. 하긴 그러려고 하는 것이 전쟁이니까.
전쟁이 국가의 역사나 민족사가 아니라 한 개인의 가족사로 내려앉는 순간, 전쟁은 승자와 패자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일로 공평하게 귀환한다.




유니폼은 인간의 개별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을 향해 곧장 내달음 치도록 만드는 옷.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옷을 입힐 생각을 제일 먼저 한 자는 누구였을까?




사진은 처음부터 얼굴을 위한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초상 사진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그것은 철저하게 권력과 재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얼굴의 전당이 아니었다. 서민들이, 대중들이 자신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사진관으로 달려간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 진동선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푸른 세상 중에서




문신은 의지의 표명이자 그렇게 되고자 하는 기도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 나약한 인간임을 말하는 언어다.




'사실적'이란 말은 '인간적'이라는 말과 동음이의어 라는 것을 눈치챘는가? 그것은 대상이 '원래 있는 대로'라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눈에 보이는 대로'라는 뜻이다.
강홍구는 자신이 낸 책의 제목처럼 '디카 들고 어슬렁' 거리며 이런 동네 풍경을 사진에 담아왔다.




"사물이 보이는 건 빛과 그늘이 있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그건 얄팍한 생각입니다. 빛도 그늘도 사라지고 어둠의 상태에 가까울 때 찍어야 가장 존재감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자는 일본의 사진가 후지와라 신야다. 빛도 그늘도 사라진 어둠의 상태에서 사진을 찍은 덕분에 신야의 사진 속 대상들은 묵직하고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