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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비움의 미학 - 장석주의 장자 읽기
Se Story
2010. 8. 16. 23:44
사람에겐 닦고 배워 없애야 할 여덟 가지 흠이 있고, 물리쳐야 할 네 가지의 근심이 있다고 말했다.
여덟 가지 흠은 주제넘음, 망령, 아첨, 알랑거림, 참소, 이간질, 사특함, 음험이다.
네 가지의 근심은 외람됨, 탐욕, 똥고집, 교만이다.
여덟 가지 흠이 있는 자는 밖으로 사람을 어지럽히고 안으로 제 몸을 상하게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들을 벗으로 삼지 않고 명군은 신하로 삼지 않는다.
마음으로 원하면 얻고, 마음으로 간절히 열망하면 이룬다. 이건 바른 마음이다.
그러나 비뚤어진 마음은 여덟 가지의 흠을 안고 있고, 네 가지의 근심으로 편할 날이 없다.
누구나 사는 동안에는 통발과 덫을 갖고 시름을 한다.
통발이나 덫을 준비하느라고 진을 다 빼다보면 어느덧 물고기와 토끼를 잊는다.
수단과 목적의 위계가 뒤바뀌고 이것과 저것이 뒤섞이는 착종이다.
사람들은 물고기와 토끼를 잊은 채 네 통발이 더 좋으니 내 통발이 더 좋으니 입씨름을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은 드물지 않다.
본말이 뒤바뀌면 가던 목적지는 잊고 마음만 바빠져서 가는 길만 재촉한다.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급할수록 천천히 하고, 급할수록 빠른 길을 찾기보다 에둘러 돌아가야 한다.
항상 위기에 직면할 때는 초심과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지러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까닭은 궁한 뒤에 편법과 술수에 기대면
진창에서 헤어날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잡은 뒤에도 통발을 시렁에 얹어두고 아낀다.
토끼를 잡은 뒤에도 덪을 버리지 못한다. 버리지 못함은 집착이다.
집착하면 정체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물고기는 참이며 실질이고 하늘의 도다.
통발은 그것을 구하는 수단이다. 인의예지는 물고기가 아니라 통발이다.
천지만물은 변화한다. 죽음도 삶이 변한 것이다.
처음에 여희는 변화를 두려워해 울었다.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편안해졌다.
편안함이란 무심의 경지에 드는 것을 말한다.
"하나를 통달하면 만사가 그물 안에 있고, 무심을 얻으면 귓신도 감복한다."
잘 삶은 삶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놓여남, 변화를 타고 나가는 고요한 누림에 있다.
잘 삶은 마음을 비우고 한가롭게 노님, 변화를 무심으로 끌어안음, 그리고 잘 죽음이다.
무릇 자기 자신을 먼저 건사하고 남을 돕는 게 덕이다.
자식을 사랑한다고 과보호 하는 부모가 있다면 말을 돌보는 사람과 같다.
잘못 키운 자식은 부모의 공덕을 잊고 고삐가 풀린 말과 같이 부모의 머리를 깨고 가슴을 아프게 할 것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자식에게 사랑을 베풀되 덕으로 베풀고 지혜로 가르쳐야지
그저 호의호식을 페풂으로써 세상만사가 다 제 뜻대로 되는 양 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원하더라도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깨우침이 늦되면 매를 들어서라도 알게 해야 한다.
이것이 덕의 온전함이다.
텅 비어 무위에 들어가면 자연의 도와 하나가 되어 이루지 못함이 없게 된다.
무엇을 의식함은 대상에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무릇 도에 이른 것들은 그 높은 경지에서 이윽고 들뜨지 않고 고요해진다.
만족할 줄 알면 모욕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 갈 수 있다.
빈 배가 내려와 부딪쳤을 떄 사공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이 탄배가 와서 부딪친다면 사공은 크게 화를 낼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자기를 온전히 비우면 누가 와서 그를 해칠 것이가?
장자는 대종사 편에서 진인에 대하여 말한다.
절개와 변절이 무상 한 세상에서 진인은 자신을 다스림에는 겨울 혹한과 같이 삼엄하고 남을 대하기는
봄날과 같이 부드럽다. 이익을 취하는 일에 날렵하지 않고 굼뜨고 모자란 듯 움직이니 부귀영달은
애당초 인연이 닿질 않겠다.
한 입으로 한 말을 하고, 한 마음으로 한 마음을 품고 사는 일은 쉽지 않다.